<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즈> 2024 개봉
평점: ★ ★ ★ ☆ | 3~ 3.5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드디어 봤다!
제목부터 친절의 종류라니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 스포 주의...
Ep. 1 : The death of R.M.F.
좋았던 초반 장면 ...
역시 레이아웃을 너무 잘 쓴다.
이 감독은 인물을 주연이 아니라 배경처럼 쓰는 연출을 사용하는데 그게 좋다 ...
어떤 이야기의 '주연' 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배경에 인물을 흡수시켜서 이야기 전체를 주연으로 내미는 느낌 ...
그래서 개인의 서사, 감정, 이런 것 보다 상황과, 사건, 설정이 더 돋보인다. 인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때도 꼭 필요한 대사만 설정하여 배치하는 느낌. 모든 것들은 감독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그 부분이 무척 취향에 맞는다.
단점이라면 몰입도가 약해지는 때가 온다... 인물에 이입하기 위한 장치가 부족(일부러 없앴다고 느껴짐)해서 어떤 핵심 사건이 생기지 않을 때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분명히 이미지의 연속을 보고 있는데, 어째 줄글로 읽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 ] 로 향한다, 그는 지금 불안하다. " 이런 식으로 딱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감정만 설명하는 느낌...
분명히 설명적인데, 대사로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서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너무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이유: 그냥 짜침)
가장 충격적이었던 엔딩 장면...
사랑... 이라고 느껴졌음...
근데 아름답진 않은...
Ep. 2 : R.M.F. is flying
절제된 수직 수평의 레이아웃을 사용한 화면 안에서 약간의 왜곡을 줘서 기이한? 이상한? (weird같은) 느낌을 준다 ...
이 영화 전반적으로 다 그렇다.
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화면을 굳이 사용한 이유는, 이 이야기가 상당히 기이하고, 또 그 기이함을 감상자가 느꼈으면 하고 일부러 연출한 게 아닐까 싶다.
요감독님(?) 작품 안에서 인물의 감정, 서사, 인물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들은 철저히 통제되지만 인간의 폭력성, 어떤 사건이나 감정으로 인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인간의 파괴성은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 까무러칠 정도로 충격적이다.
그래서 매번 늘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늘 충격적이고, 늘 신선하다.
Ep. 3: R.M.F. eats a sandwich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감독님의 '인간혐오'와 '백인남성혐오' 가 느껴지기도 한다 ...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주면서, 함께 혐오를 느끼게 하는 방식... 작품으로써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함께 느끼길 바라는 듯 하다.
그리고 나는 그 방식이 좋다. 설명하지 않고 생각하게 하는 것. 사람을 죽이면 안 돼, 그것은 나쁜 짓이니까... 아마 성인이 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폭력성에 대해 제대로 느끼려면 그 순간을 체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 장면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현실과 닮은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 가상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게 우리가 제 3자로써 이 사건을 목도하게끔 한다. 인간의 폭력성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하지만 세간의 평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꼽는 것은 소외되는 계층이 있다는 점...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완결무결하고 백해무익하며 모든 것을 다 어루 보살피고 챙길 수 있을까 ... 감독은 그저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고 강조하여 연출할 뿐인데 ...
나는 현재와 미래, 방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행보는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ㅎㅎ
그리고 딱히 인간 개개인에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걸 해냈다니 대단한걸 다음 건 뭘까 정도로만 생각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로만 상식을 갖출 것' 이게 제일 중요한데, 그 기본적인 것 마저도 없는 감독들은 그냥 개인적으로 혐오하게 됨 ㅇㅅㅇ예시로는 여성혐오적 장치를 그저 납작하게, 혹은 남들이 쓰니까 그냥, 혹은 포르노적으로 꼴려서, 등등 같잖은 이유로 쓰는 것들이 있다. ㅡㅡ
나는 여성이라 현실에 기반된 여성혐오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나오면 그냥 생리적으로 불쾌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것들을 어떤 것을 위한 장치의 초석 정도로 쓰고, 또 불필요한 포르노적 연출 없이 소재로써 차용하는 것이라면 괜찮게 느껴진다.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을 그런 소재로 사용하면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아무래도 이 사회에 뿌리깊게 남은 썩은 계급제와 차별 위에 있는 그들이 백인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백인의 부유한 남성은 그냥 영화 속에서 많이 죽었으면 한다. 딱히 혐오하는 건 아니고 가상의 인물 만들어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괜찮지 않나? 왜냐면 너무 권력을 쥐고 있잖아 ㅇ_ㅇ 태어날때부터... 현실에서 백인 남성이 사회적 약자가 된다면 아마 그런 '백인남성혐오하기' 작품들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왜냐면 사회적 약자를 혐오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비단 성별과 인종, 권력과 부의 척도만으로 갈라서 나눌 것은 아니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란 그런 거니까... 그리고 예술은 그래야만 하니까...
예술은 언제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고, 또 철학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들을 제시해주니까...
보기에만 좋다고 예술이 아니고, 어떤 메세지를 '굳이' 어렵게 보여준다고 예술이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배치되는 것, 그로서 작품은 완성도를 갖게 된다고 느낀다.
그냥뭐어디서개멋지다고생각해서 생각없이 남발하고 뭐 그런건 그냥 예술 충 ...ㅎ 이라고 느껴짐 ...;
그게 잘못된 건 아닌데 그냥 의미를 모르겠단 뜻...
쓰다보니 또 의식의 흐름이 되는구나
하여튼 이 감독 영화는 늘 생각을 하게 만들고, 또 계속해서 곱씹게 되는 게 좋다 ^^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모든 엔딩이 다 좋았다 ...
심지어는 쿠키 영상까지도 ...
인간이 인간의 욕망으로 어디까지 파멸하고 파괴할 수 있는지 ...
요르모스란티고스는 그것들을 너무 잘 보여준다.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정도로 ...
그래서 블랙 코미디 같다고도 느낀다.
이번 영화 보면서 요감독님의 전작품들도 많이 떠올랐다. <송곳니>, <킬링 디어>, <더 랍스터> ...
그리고 <슬픔의 삼각형>도 ... 에피소드? 옴니버스 3개의 풍자(?) 영화라 그랬던 건지 뭔가 생각났음...
그 영화에서도 와 진짜 누구 나눌 것도 없이 모든 인류를 싫어하는군... 이렇게 느껴져서 ...
요감독님 이번 영화에서도 그걸 비슷하게 느껴서 그런 듯 하다.
하여튼 잘 봤다! 오랜만에 넘 좋은 영화 봤다 ^^ 기분 좋아